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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모자 농부의 맛집탐방 ㉖ 예술로 생기를 되찾은 장단왕순대국집

입력 : 2016-01-11 13:09:00
수정 : 0000-00-00 00:00:00


세밑 아름다운 사연이 있는 ‘빛 바랜 추억의 식당을 예술로 생기를 불어넣어 드립니다’의 주인공 식당인 장단왕순대국을 소개합니다.

 

지난 여름 순대국이 맛있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구교하 200번 버스 종점 앞 식당을 찾았었습니다. 세월의 무게가 덕지덕지 붙어 더 이상 영업을 할 것 같지 않아 보이는 곳이었는데 칠십이 넘으신 노춘자 할머니가 무쇠솥 걸고 장작불로 10시간 넘게 고은 돼지사골뼈 순대 국물은 진하면서 맑고 구수했습니다.


 

할머님 식당들이 마을마다 꿋꿋하게 계셔주시길

간판도 새로 만들고 조금만 손을 대면 단골이 지금보다 더 많이 생길 꺼라는 자신감으로 같이 간 작가분들과 의기투합했고 식당은 예술가들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했습니다. 20년 동안 망가져 쓰지 않았던 큰 어항에는 하늘과 땅과 산의 모습이 설치 예술이 들어왔고, 새로 페인트 칠한 벽에는 화사한 그림이 걸렸습니다. 낡았다고 버리지 않고 새로 산 거 하나 없어도 공간에 생기가 돌았습니다.


장단왕순대국집은 주 메뉴인 순대국보다 반찬과 별식이 더 화려합니다. 매주 토요일마다 농사지은 콩으로 두부를 만들어 양념장 얹어 나오고, 뒷산에서 주은 도토리로 쓴 묵은 적당히 떫고 찰집니다. 돼지감자 조림도 사강사강 씹히는 맛이 좋습니다.

 

유행 따라 금방 생겼다 사라지는 패스트푸드 음식이 아니라 오랜 세월 맛과 정성으로 건강하고 진심 어린 밥상을 차리시는 할머님 식당들이 마을마다 꿋꿋하게 계셔주시길 바래봅니다.

 

수수 장떡 만드는 법

지난 여름 귀한 음식을 맛보았던 건 장떡이었는데 여느 곳에서도 먹어보지 못했던 별미라 할머님 허락 받고 레시피를 공개합니다.

 

장 담근 지 50일쯤 되어 장을 가를 때, 노란 간장이 우러나온 메주를 여러덩이 건져 채반에 놓고 간장을 쭉 뺍니다. 찰수수를 곱게 빻아 가루로 만들고 부추와 마늘잎을 쫑쫑 썰어두고 작년 가을의 끝물 고추가루와 참깨와 메주, 수수가루, 부추를 모두 함께 넣어 팍팍 치대어 도너츠 모양의 구멍 떡을 만들어 찜통에서 찝니다. 찐 장떡을 이삼일 바람에 꾸덕꾸덕 말립니다.

 

후라이팬에 기름 넉넉하게 두르고 튀기 듯 지져내어 맨밥에, 또는 물에 밥 말아 조금씩 떼어 반찬으로 먹으면 짭짤하고 맵싸하고 구수한 맛이 별미입니다.

 

시골외할머니처럼 다 해줍니다

장단순대국집은 주문하면 뒷마당에서 기르는 토종닭으로 백숙도 닭도리탕도 만들어주시고 된장찌게는 두부 듬뿍 넣어 보글보글, 김치찌개는 돼지고기 넣어 얼큰하게 끓여주십니다. 마치 해달라면 다 해주시는 시골 외할머니처럼.

 


얼마 전 식당에 갔더니 노란 콩 메주도 또 쥐눈이콩으로 만든 검정 덩어리 메주도 보이더군요. 이 메주로 무엇을 하실 지 할머님의 지혜가 자못 궁금합니다.



장단왕순대국집

경기도 파주시 교하로 1343 장단왕순대국

031-943-8397 (예약 시 연중무휴) 



#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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